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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약 시장 군림한 카빌리 처럼 특허전략 짜는 방법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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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한미 에피노페그듀타이드로 다시 주목받는 플랫폼 기술

제약바이오 뉴스들을 모니터링하다 보면, 특정 키워드가 귀에서 맴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줄기세포, 바이오시밀러, 면역항암제, 세포-유전자 치료제, 엑소좀, 마이크로바이옴, 오픈-이노베이션 등이 기억난다. 요즘 뉴스들을 보면 플랫폼(platform)이 유행인가보다.

필자들은 플랫폼이란 단어에 주목하였지만, 플랫폼 기술이 왜 중요하고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하여 자세히 논할 생각은 없다. 이미 시장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플랫폼이라고 부를만한 기술을 개발 중이거나 보유했을 때 이를 특허출원을 할 것인지 노하우로 숨길 것인지, 나아가 특허출원시 권리화 전략 등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필자들 같은 변리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플랫폼 기술이 도대체 뭐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말하는 플랫폼 기술이란 무엇일까? 배진바이오사이언스 배진건 대표님의 최근 칼럼(메디게이트 뉴스, 동학개미가 알아야 할 제약바이오 플랫폼의 진실: ADC 케이스 스터디)의 표현을 인용하면, “기존 의약품에 적용해 다수의 후보 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플랫폼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들어맞는 기술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얀센에 비만당뇨 치료제로 기술수출되었다가 최근 비알코올성지방간(NASH) 치료제로 미국 머크(MSD)에 기술이전(8억7천만 달러 규모)되어 화려하게 부활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Efinopegdutide). 이는 한미약품의 약효지속 플랫폼 LAPSCOVERY가 적용되었다. 여기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LAPSCOVERY 플랫폼 기술의 산물이다(LAPSCOVERY가 적용된 파이프라인은 롤론티스, 에페글레나타이드, 에플라페그라스팀 등이 있다).

국내 기업의 다른 플랫폼 기술을 살펴보면,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플랫폼인 Grabody(동아ST, 디티엔사노메딕스, 트리거테라퓨틱스, 유한양행, 티에스디 등으로 기술이전) ▲제넥신의 지속형단백질 플랫폼인 hyFc(유한양행, 네오이뮨텍[관계사] 등에 기술이전) ▲알테오젠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SC제형 플랫폼인 ALT-B4(글로벌 제약사 2곳에 기술이전) ▲레고켐바이오의 ADC 링커 플랫폼인 ConjuAll(다케다, 푸싱, 익수다 등에 기술이전) ▲툴젠의 CRISPR/Cas9 플랫폼(키젠, 써모피셔, 몬산토, 옵티팜, 오리엔트바이오, 엔젠, 엠케이바이오텍, 엔세이지 등에 기술이전) 등이 기술이전 실적을 낸 플랫폼 기술로 보인다.

해외 기업의 플랫폼 기술로 눈을 돌려보면, ▲BMS-오노약품의 PD-1 원천기술(MSD와의 소송에서 로열티 합의) ▲BMS-주노테라퓨틱스의 CAR-T cell therapy 원천기술(길리어드-카이트파마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7억5200만달러 배상 승소; 길리어드 항소중) ▲다이이찌산쿄의 ADC 플랫폼(아스트라제네카에 2회 기술이전) ▲Arvinas의 VHL 기반 PROTAC 원천기술 ▲C4 therapeutics의 CRBN 기반 PROTAC 원천기술 등이 떠오른다.

이처럼 플랫폼 기술은 확장성 또는 범용성을 기반으로 플랫폼 기술 자체를 기술이전(대표적으로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다이이찌산쿄)하거나, 혹은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대표적으로 한미약품, 제넥신)할 수도 있다. 반면, PD-1이나 CAR-T 같이 플랫폼으로 볼 수 있는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를 침해했을 경우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이 벌어질 수도 있다. PROTAC 기술에 대한 소송이 아직까지 없는 이유는 가장 앞서고 있는 Arvinas의 파이프라인이 임상 1상에 머물러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며, 복수의 제품이 출시될 경우 VHL, CRBN 등 E3 ligase 특허에 대한 통행료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허로 공개할 것인가? 노하우로 숨길 것인가?

2019년 어느 제약바이오 교육 프로그램에서, 특허는 회피방안이 무궁무진하므로 결국 쓸모없고 노하우가 최고라는 취지의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 해당 발언을 한 연자는 특허와 노하우 각각의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 채 위험한 발언을 하여 그릇된 정보를 전달하였다고 생각한다.

특허 제도는 자신의 기술을 공중에 공개하는 대가로 특허권이라는 독점배타권을 부여받는 것이 기본이다. 즉, 특허 제도는 법적으로 강력히 보호받을 수 있지만, 반대 급부로 기술 내용을 오픈해야 한다. 결국 기술 내용을 경쟁사 등에게 노출해야 한다는 점이 특허출원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노하우는 특허출원으로 기술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꽁꽁 숨기는 것이므로, 비밀을 유지하는 한 영구히 자기만의 기술로 보존할 수 있다(예컨대, 코카콜라의 콜라 제조공정). 하지만, 해당 기술이 유출되거나 경쟁사 등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노하우의 생명은 거기서 멈추게 된다.

한편, 카빌리(Cabilly) 특허는 치료용 항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플랫폼 특허다. 발명자 이름인 슈무엘 카빌리(Shmuel Cabilly)에서 유래한 이 특허는 제넨텍(Genentech)과 시티오브호프(City of Hope) 병원이 공동소유했다. 1983년 최초 출원된 이래(Cabilly I 특허), 미국 특유의 계속출원(continuation application) 제도를 활용한 후속 특허(Cabilly I, II 특허)가 무려 2018년까지 항체 의약품 시장에서 군림했다.


이 특허는 재조합 항체를 생산하기 위해, 숙주 세포에 중쇄 및 경쇄 항체 가변 영역의 DNA 서열을 각각 형질전환한 후 발현한다는, 분자생물학의 교과서에 실릴만한 일반적인 재조합 항체 제조방법을 권리화하고 있다. 항체의약품 제조를 위해 회피가 사실상 불가능한 내용이기 때문에, 휴미라를 비롯한 블록버스터급 항체 의약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카빌리 특허에 대한 실시료를 지불해야 했다. 특허권이 마지막으로 존속했던 2018년 한 해 동안에만 카빌리 특허의 소유자인 로슈(2009년 제넨텍 인수)와 시티오브호프 병원은 약 10억 달러에 가까운 사용료를 거둬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위에서 언급한 카빌리 특허와 같이 필연적으로 침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길목에서 통행료를 징수하기 위하여 특허로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특허권을 획득하더라도 경쟁사가 유유히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채로 등록될 경우, 플랫폼 특허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도리어 경쟁사에게 기술의 핵심 부분을 노출시킬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이 우려되다면 특허출원하지 않고 노하우로 간직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겠다.

위와 같이 플랫폼 기술을 특허출원하여 공개할지 또는 노하우로서 숨길지 여부는 천편일률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다. 기술의 성격, 시장의 성숙도 등 여러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특허출원할 부분과 노하우로 간직할 부분을 잘 구분하는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플랫폼 기술을 특허받고 싶어?

플랫폼 기술은 해당 분야에 범용성을 갖춘 기반 기술을 권리화하는 것이지만, 구체적 개발 형태를 모두 실험으로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표적인 실험 결과만을 가지고 특허 명세서를 작성한 후 출원하게 되는데, 이로부터 플랫폼 기술 전체에 대한 특허권을 허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특허청 심사관과 지난한 줄다리기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바이오 특허의 명세서 기재요건에 대한 심사 가이드라인은 국가별로 잘 확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플랫폼 특허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문제에는, 변화하는 바이오 기술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실험 내용으로부터 통상의 기술자의 재현가능한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발명자의 기여도에 비해 독점권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에 축적된 심사례를 우선 면밀히 파악한 후 명세서에 기재할 실험내용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출원 당시 공지된 논문 내용을 명세서에 적절히 반영하거나, 우선심사 제도를 활용해 출원 공개 이전에 심사 결과를 미리 받아보고 재출원을 고려하는 등 특허법에서 보장한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플랫폼 기술로 출원하였지만 권리가 한정되어 등록된다면, 결과적으로 제3자의 회피 가능성을 열어놓게 되는 참사가 벌어진다. 때문에, 플랫폼 특허를 출원부터 서두르기보다는 좋은 특허전략을 미리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교연특허법률사무소 김경교, 백서일 변리사

출처 : 히트뉴스(http://www.h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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