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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대학교의 혼조 다스쿠(1942~) 교수는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분자면역학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2020년 6월 19일 일본 오사카 지방법원에 오노약품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226억엔(약 2,5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노벨 생리의학상의 기초가 된 그의 연구는 2002년 일본의 오노약품공업과 공동으로 특허출원되었고, 면역항암제의 전세계적 성공에 힘입어 현재 막대한 특허 실시료를 벌어들이고 있다.
혼조 교수는 오노약품으로부터 자신이 받는 특허 로열티가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이며 소송을 통해 정당한 지분을 돌려받겠다고 공언해온 바 있는데, 최근의 소송은 이를 2년 만에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혼조 교수는 이 소송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기금 설립에 보태겠다는 계획이다.
원천특허의 혜택
혼조 교수팀은 1992년 세계 최초로 PD-1 유전자를 동정한 논문을 발표하였고, 1999년에는 PD-1이 결핍된 마우스를 만들어 그 기능을 규명하였으며, 2002년에는 면역세포에서 발현되는 PD-1과 암세포의 PD-L1의 상호작용을 저해할 경우 암 치료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논문을 2002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하였다. PNAS 논문은 PD-1과 PD-L1의 결합을 방해하는 항체가 항암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혼조 교수는 PD-1 항체를 항암제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추진하였다. 현재 항암제 시장을 휩쓸고 있는 면역항암제 개발의 시작이었다.
당시 항암제 개발의 주류적 시각으로 볼 때 이는 지나치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졌고, 특허출원인이 될 수 있었던 교토대학교는 출원 자체에 회의적이었다. 혼조 교수는 위 직무발명에 대해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교토대학교로부터 돌려받았지만, 일본의 제약회사들 역시 혼조 교수의 연구를 상용화하는데 망설였다.
우여곡절 끝에 2002년과 2003년, 혼조 교수는 일본의 중견 제약회사 오노약품공업과 공동출원하게 된다(JP 2002-194491, JP 2003-29846). 위 2건의 출원을 기초로 2003년에 국제출원(PCT/JP2003/008420)을 한 후 미국, 유럽, 일본, 호주에 진입하였으며, 미국에서는 분할출원 등을 통해 총 8건이 등록되었다(이하, ‘혼조 특허’라 한다).
혼조 교수의 특허는 PD-1 항체의 암 치료 용도 발명으로, 청구하는 PD-1 항체가 단일클론항체인 것 외에는 어떠한 구조적인 한정도 되어 있지 않다. 예컨대, 혼조 교수의 특허 중 대표적인 US 8,728,474호의 청구항 1은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생명과학 기초 분야에서는 특정 질환의 표적이 되는 단백질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가 많이 있고, 특정 단백질 표적을 타겟으로 하는 항체 제조 기술은 2002년대 초 당시 업계의 주지관용 기술 영역으로 들어와 있었다. 혼조 교수의 특허 명세서에 기재된 PD-1 항체의 제조예는 종래 기술을 단순히 적용한 항체 1종에 관한 것이 전부였으나, 특허 청구항에는 항체 아미노산 서열이 특정되지 않은 PD-1 단일클론 항체의 항암 용도를 청구하였고, 결국 청구범위의 한정 없이 등록받았다. 표적 단백질(PD-1)과 특정 질환(암)의 상관관계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발견에 대한 넓은 독점권의 보상이며, 기초 연구가 훗날 상업적으로 엄청난 가치의 원천 특허로 부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특허소송의 전개
혼조 교수의 특허와 별개로, 오노약품의 PD-1 항체 항암제 개발은 출발부터 부침을 겪었다. 자체적인 개발 능력이 부족했던 오노약품은 단일클론 항체 생산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바이오텍인 메다렉스(Medarex)사와 2005년 PD-1 항체 의약품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하였고, 메다렉스는 전용실시권을 부여받았다.
2008년 메다렉스와 오노약품은 니볼루맙(nivolumab)으로 명명된 PD-1 항체 의약품에 대한 최초의 임상시험을 진행하였고, 2009년 메다렉스는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에 24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메다렉스의 전용실시권을 승계한 BMS는 니볼루맙의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14년 12월 미국 FDA의 판매허가를 받았다. 니볼루맙은 옵디보(Opdivo)라는 제품명으로 2015년부터 판매되었으며, 2019년 80억 달러 매출을 올리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6위 의약품이 되었다.
한편,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머크(MSD)는 PD-1 항체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을 보유하고 있던 쉐링-플라우(Schering-plough)사를 2009년 인수하고, 임상시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여 BMS보다 3개월 이른 2014년 9월 미국 FDA의 판매승인을 받았다.
펨브롤리주맙은 키트루다(Keytruda)라는 제품명으로 흑색종 환자에게 처방되기 시작하였으며, 2015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악성 흑색종을 완치한 것을 계기로 화려한 데뷔를 한다.
키트루다는 2014년 5,5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한 이후 모든 암종을 정복할 기세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으며, 작년 2019년에는 111억 달러 매출을 올리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3위에 등극하게 된다. 키트루다의 급성장세, 현재 글로벌 1위 휴미라(2019년 197억 달러)의 하향세를 고려할 때 2025년에는 키트루다가 글로벌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키트루다가 출시된 2014년, 혼조 특허의 특허권자 오노약품과 전용실시권자 BMS는 혼조 특허의 침해를 이유로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윽고 유럽과 일본에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여 글로벌 제약사 간의 세기의 소송이 시작되었다(혼조 특허는 한국에 진입하지 않아, 글로벌 제약사 간의 특허소송전을 직접 관전할 기회는 아쉽게도 없었다).
특허침해소송에서 MSD의 펨브롤리주맙이 혼조 특허의 문언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은 명백해 보였기 때문에, 혼조 특허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범위를 청구하여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심리 끝에 국면은 혼조 특허가 유효하다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결국 2017년 1월, 당사자의 합의를 거쳐 MSD는 원고인 오노약품과 BMS사에 6억2,500만 달러의 선지급금과 함께, 키트루다의 전세계 매출액의 최대 6.5%에 이르는 로열티를 지급하는 내용으로 소송상 화해하였다. 다음해인 2018년, 혼조 교수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원리를 규명한 공로로 텍사스대학교의 제임스 엘리슨 교수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한편, 혼조 특허의 최우선일인 2002년 당시 다나-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연구원이던 고든 프리먼 박사와 클리브 우드 박사는, 혼조 특허의 내용이 혼조 교수팀과 공동 수행하였던 자신의 연구에도 해당한다는 점을 뒤늦게 발견하였다. 혼조 특허 침해를 둘러싼 글로벌 소송전 이후, 다나-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는 혼조 특허에 대해 소속 연구원인 고든 프리만 박사와 클리브 우드 박사의 기여도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혼조 특허의 공동 발명자로 등재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019년 5월,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은 다나-파버 암 연구소의 주장을 받아들여 고든 프리먼 박사와 클리브 우드 박사 역시 혼조 특허(US 7595048, 8168179, 8728474, 9402899, 9073994, 9067999)의 공동 발명자로 등재되어야 한다고 판결하였으며, 이들은 최근 발명자로 추가되었다.
시사점
블록버스터가 되는 순간 특허소송이 난무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일이다. 위와 같이 1) 특허침해 소송(BMS→MSD), 2) 무효 소송(MSD→BMS), 3) 발명자추가 소송(다나파버→혼조+ONO+BMS), 4) 손해배상청구 소송(혼조→ONO) 등 다양한 소송으로 얽혀 있으므로, 옵디보-키트루다 개발 사례는 특허소송의 종합선물세트로서 변리사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좋은 사례로 생각한다.
더 나아가 옵디보(BMS)와 키트루다(MSD)의 개발 스토리는, 1) 엄청난 보석을 몰라보고 무시했던 교토대학교, 2) 자신의 기술에 확신을 가지고 특허출원을 감행한 혼조 교수의 뚝심, 3) 혼조 교수의 지분을 모두 사지 않고 공동출원을 진행하여 향후 분쟁의 씨앗을 남겨 놓았던 오노약품, 4) 유망 파이프라인을 가진 회사를 인수합병하여 파이프라인을 추가하는 글로벌 빅파마(BMS, MSD)의 전략, 5) PD-1 항체 원천 특허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개발을 강행한 MSD, 6) 키트루다의 출시를 기다렸다는 듯이 소송을 제기한 BMS와 오노약품, 7) 이를 로열티 합의로 선방한 MSD, 8) 옵디보가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되자 한몫 챙기기 위하여 나선 다나-파버 암 연구소, 9) 원천기술의 발명자로서 본인의 몫이 불만족스러운 혼조 교수 등 수많은 관전 포인트가 있다. 향후에는 혼조 교수가 승소할지, 승소한다면 어떠한 금액으로 승소할지, 혼조 교수는 공언대로 기금 설립에 거금을 기부할지를 지켜볼 만하다.
더불어, 현재 면역항암제 시장은 MSD의 키트루다, BMS의 옵디보, 로슈/제넨텍의 티센트릭이 주도하고 있는데, 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 마이크로바이옴 등을 가릴 것 없이 이들의 병용요법 파트너가 되기 위한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과연 누가 약방의 감초 역할을 차지할지도 매우 궁금하다.
대한변리사회 kpaa@kpa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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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대학교의 혼조 다스쿠(1942~) 교수는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분자면역학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2020년 6월 19일 일본 오사카 지방법원에 오노약품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226억엔(약 2,5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노벨 생리의학상의 기초가 된 그의 연구는 2002년 일본의 오노약품공업과 공동으로 특허출원되었고, 면역항암제의 전세계적 성공에 힘입어 현재 막대한 특허 실시료를 벌어들이고 있다.
혼조 교수는 오노약품으로부터 자신이 받는 특허 로열티가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이며 소송을 통해 정당한 지분을 돌려받겠다고 공언해온 바 있는데, 최근의 소송은 이를 2년 만에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혼조 교수는 이 소송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기금 설립에 보태겠다는 계획이다.
원천특허의 혜택
혼조 교수팀은 1992년 세계 최초로 PD-1 유전자를 동정한 논문을 발표하였고, 1999년에는 PD-1이 결핍된 마우스를 만들어 그 기능을 규명하였으며, 2002년에는 면역세포에서 발현되는 PD-1과 암세포의 PD-L1의 상호작용을 저해할 경우 암 치료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논문을 2002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하였다. PNAS 논문은 PD-1과 PD-L1의 결합을 방해하는 항체가 항암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혼조 교수는 PD-1 항체를 항암제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추진하였다. 현재 항암제 시장을 휩쓸고 있는 면역항암제 개발의 시작이었다.
당시 항암제 개발의 주류적 시각으로 볼 때 이는 지나치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졌고, 특허출원인이 될 수 있었던 교토대학교는 출원 자체에 회의적이었다. 혼조 교수는 위 직무발명에 대해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교토대학교로부터 돌려받았지만, 일본의 제약회사들 역시 혼조 교수의 연구를 상용화하는데 망설였다.
우여곡절 끝에 2002년과 2003년, 혼조 교수는 일본의 중견 제약회사 오노약품공업과 공동출원하게 된다(JP 2002-194491, JP 2003-29846). 위 2건의 출원을 기초로 2003년에 국제출원(PCT/JP2003/008420)을 한 후 미국, 유럽, 일본, 호주에 진입하였으며, 미국에서는 분할출원 등을 통해 총 8건이 등록되었다(이하, ‘혼조 특허’라 한다).
혼조 교수의 특허는 PD-1 항체의 암 치료 용도 발명으로, 청구하는 PD-1 항체가 단일클론항체인 것 외에는 어떠한 구조적인 한정도 되어 있지 않다. 예컨대, 혼조 교수의 특허 중 대표적인 US 8,728,474호의 청구항 1은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생명과학 기초 분야에서는 특정 질환의 표적이 되는 단백질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가 많이 있고, 특정 단백질 표적을 타겟으로 하는 항체 제조 기술은 2002년대 초 당시 업계의 주지관용 기술 영역으로 들어와 있었다. 혼조 교수의 특허 명세서에 기재된 PD-1 항체의 제조예는 종래 기술을 단순히 적용한 항체 1종에 관한 것이 전부였으나, 특허 청구항에는 항체 아미노산 서열이 특정되지 않은 PD-1 단일클론 항체의 항암 용도를 청구하였고, 결국 청구범위의 한정 없이 등록받았다. 표적 단백질(PD-1)과 특정 질환(암)의 상관관계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발견에 대한 넓은 독점권의 보상이며, 기초 연구가 훗날 상업적으로 엄청난 가치의 원천 특허로 부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특허소송의 전개
혼조 교수의 특허와 별개로, 오노약품의 PD-1 항체 항암제 개발은 출발부터 부침을 겪었다. 자체적인 개발 능력이 부족했던 오노약품은 단일클론 항체 생산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바이오텍인 메다렉스(Medarex)사와 2005년 PD-1 항체 의약품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하였고, 메다렉스는 전용실시권을 부여받았다.
2008년 메다렉스와 오노약품은 니볼루맙(nivolumab)으로 명명된 PD-1 항체 의약품에 대한 최초의 임상시험을 진행하였고, 2009년 메다렉스는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에 24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메다렉스의 전용실시권을 승계한 BMS는 니볼루맙의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14년 12월 미국 FDA의 판매허가를 받았다. 니볼루맙은 옵디보(Opdivo)라는 제품명으로 2015년부터 판매되었으며, 2019년 80억 달러 매출을 올리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6위 의약품이 되었다.
한편,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머크(MSD)는 PD-1 항체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을 보유하고 있던 쉐링-플라우(Schering-plough)사를 2009년 인수하고, 임상시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여 BMS보다 3개월 이른 2014년 9월 미국 FDA의 판매승인을 받았다.
펨브롤리주맙은 키트루다(Keytruda)라는 제품명으로 흑색종 환자에게 처방되기 시작하였으며, 2015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악성 흑색종을 완치한 것을 계기로 화려한 데뷔를 한다.
키트루다는 2014년 5,5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한 이후 모든 암종을 정복할 기세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으며, 작년 2019년에는 111억 달러 매출을 올리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3위에 등극하게 된다. 키트루다의 급성장세, 현재 글로벌 1위 휴미라(2019년 197억 달러)의 하향세를 고려할 때 2025년에는 키트루다가 글로벌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키트루다가 출시된 2014년, 혼조 특허의 특허권자 오노약품과 전용실시권자 BMS는 혼조 특허의 침해를 이유로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윽고 유럽과 일본에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여 글로벌 제약사 간의 세기의 소송이 시작되었다(혼조 특허는 한국에 진입하지 않아, 글로벌 제약사 간의 특허소송전을 직접 관전할 기회는 아쉽게도 없었다).
특허침해소송에서 MSD의 펨브롤리주맙이 혼조 특허의 문언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은 명백해 보였기 때문에, 혼조 특허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범위를 청구하여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심리 끝에 국면은 혼조 특허가 유효하다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결국 2017년 1월, 당사자의 합의를 거쳐 MSD는 원고인 오노약품과 BMS사에 6억2,500만 달러의 선지급금과 함께, 키트루다의 전세계 매출액의 최대 6.5%에 이르는 로열티를 지급하는 내용으로 소송상 화해하였다. 다음해인 2018년, 혼조 교수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원리를 규명한 공로로 텍사스대학교의 제임스 엘리슨 교수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한편, 혼조 특허의 최우선일인 2002년 당시 다나-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연구원이던 고든 프리먼 박사와 클리브 우드 박사는, 혼조 특허의 내용이 혼조 교수팀과 공동 수행하였던 자신의 연구에도 해당한다는 점을 뒤늦게 발견하였다. 혼조 특허 침해를 둘러싼 글로벌 소송전 이후, 다나-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는 혼조 특허에 대해 소속 연구원인 고든 프리만 박사와 클리브 우드 박사의 기여도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혼조 특허의 공동 발명자로 등재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019년 5월,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은 다나-파버 암 연구소의 주장을 받아들여 고든 프리먼 박사와 클리브 우드 박사 역시 혼조 특허(US 7595048, 8168179, 8728474, 9402899, 9073994, 9067999)의 공동 발명자로 등재되어야 한다고 판결하였으며, 이들은 최근 발명자로 추가되었다.
시사점
블록버스터가 되는 순간 특허소송이 난무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일이다. 위와 같이 1) 특허침해 소송(BMS→MSD), 2) 무효 소송(MSD→BMS), 3) 발명자추가 소송(다나파버→혼조+ONO+BMS), 4) 손해배상청구 소송(혼조→ONO) 등 다양한 소송으로 얽혀 있으므로, 옵디보-키트루다 개발 사례는 특허소송의 종합선물세트로서 변리사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좋은 사례로 생각한다.
더 나아가 옵디보(BMS)와 키트루다(MSD)의 개발 스토리는, 1) 엄청난 보석을 몰라보고 무시했던 교토대학교, 2) 자신의 기술에 확신을 가지고 특허출원을 감행한 혼조 교수의 뚝심, 3) 혼조 교수의 지분을 모두 사지 않고 공동출원을 진행하여 향후 분쟁의 씨앗을 남겨 놓았던 오노약품, 4) 유망 파이프라인을 가진 회사를 인수합병하여 파이프라인을 추가하는 글로벌 빅파마(BMS, MSD)의 전략, 5) PD-1 항체 원천 특허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개발을 강행한 MSD, 6) 키트루다의 출시를 기다렸다는 듯이 소송을 제기한 BMS와 오노약품, 7) 이를 로열티 합의로 선방한 MSD, 8) 옵디보가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되자 한몫 챙기기 위하여 나선 다나-파버 암 연구소, 9) 원천기술의 발명자로서 본인의 몫이 불만족스러운 혼조 교수 등 수많은 관전 포인트가 있다. 향후에는 혼조 교수가 승소할지, 승소한다면 어떠한 금액으로 승소할지, 혼조 교수는 공언대로 기금 설립에 거금을 기부할지를 지켜볼 만하다.
더불어, 현재 면역항암제 시장은 MSD의 키트루다, BMS의 옵디보, 로슈/제넨텍의 티센트릭이 주도하고 있는데, 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 마이크로바이옴 등을 가릴 것 없이 이들의 병용요법 파트너가 되기 위한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과연 누가 약방의 감초 역할을 차지할지도 매우 궁금하다.
대한변리사회 kpaa@kpa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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