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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방정"…특허권 날리는 손쉬운 방법 '자기공지'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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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예외주장 제도 활용 가능하지만 출원 전 공개 피해야

필자는 2019년 6월 히트뉴스 칼럼("글리벡 용도발명, 출원전 리뷰논문 때문에 무효")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제인 글리벡의 새로운 의약용도(위장관기질종양; GIST)에 관한 특허가 진보성 흠결로 무효된 사례(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6후502)를 소개하면서, 출원 전 발표된 리뷰 논문이 진보성 판단에 영향을 주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 리뷰 논문은 무효가 된 특허의 발명자 중 한 사람이 저자로 참여한 것으로, 특허 발명과 관련된 내용을 출원 전 논문에 언급한 부분이 문제되었다.

또한, 과거 스티브 잡스가 특허출원 전 아이폰 공개 행사에서 발표해버린 내용 때문에 애플의 특허가 유럽에서 무효로 된 일명 '바운스 백(bounce-back) 특허' 사례도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2008년 1000만부 이상 판매된 학습만화 '마법천자문'에 관한 특허권은 출원 전 책을 판매했던 사실 때문에 무효가 되기도 하였다.

위 3 가지 사례들의 공통점은 모두 발명자 또는 출원인 스스로 출원 전 발명을 공개(이하, '자기 공지')함으로써 특허가 무효로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특허 실무에서 가장 무섭게 여겨지는 자기 공지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자기공지는 코로나 만큼 무섭다


특허권은 발명의 공개를 대가로 주어지는 권리이다. 이는 발명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특허출원을 통한 공개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여 국가에서 일정 기간 독점적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특허출원에 의한 발명의 공개는 기술발전을 촉진하고 산업발전에 이바지한다는 특허법의 목적 달성에 있어서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와 달리, 특허출원을 하지 않고 이미 공개되어 버린 발명은 원칙적으로 누구나 실시할 수 있는 자유기술 영역에 속하게 된다. 따라서, 특허청 심사관은 출원 전 이미 공개된 기술들과 출원된 발명을 비교하여 신규하고 더 나아가 진보한 발명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특허권을 부여한다.

심사실무상 출원발명과 모든 구성이 동일한 발명이 제3자에 의해 이미 공개되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 구성의 동일성을 요구하는 신규성보다는 구성이 일부 다르더라도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진보성이 심사단계에서 주로 문제된다. 하지만, 자기 공지는 출원발명과 구성이 완전히 동일한 발명이 공개될 수 있기 때문에 신규성부터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고, 공개된 발명과 구성을 일부 다르게 하여 출원했더라도 발명의 핵심이 공통되어 진보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사례가 많이 있다. 즉, 자기 공지는 특허 등록을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특허 업무를 하면서 상당히 자주 접하게 되는 자기 공지 사례는 발명자의 논문 또는 학회 발표이다. 발명자는 왜 법적 보호장치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명을 공개하는 것일까?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발명자의 본질적 정체성이 과학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농담을 조금 보태어 표현하자면, 발명자는 본능적으로 공개의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글리벡 GIST 용도발명 무효 사례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리뷰 논문에 언급했고 결국 진보성 판단에서 매우 불리한 근거를 스스로 제공한 셈이 되었다.


논문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 다나파버 암 연구소에서 GIST에 대한 선택적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 STI571의 임상시험이 막 시작되었으며, 매우 초기의 결과가 흥미로워 보인다. (At the time of writing, a trial of the selective tyrosine kinase inhibitor STI571 for GIST has just begun at the Dana-Farber Cancer Institute and very early results look exciting.)

한편, A 대학교와 B 제약사가 기술이전을 조율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기술이전을 위해서는 해당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가 외에도 관련 특허가 얼마나 강력한가에 대한 검토(특허 실사; Due diligence)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특허 실사 도중 해당 기술을 논문(포스터 발표, 석사 논문, 박사 논문 등등)으로 발표한 사실이 드러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종종 발견된다. 이를 접한 B 제약사 입장에서는 기술이전 계약을 원점으로 돌리던가 혹은 기술이전 금액을 후려칠 수 밖에 없을 수 있다. 많은 비용과 노력의 소중한 결실에 자기 스스로 재를 뿌린 격이다.

잊지 말았으면 한다. 논문 발표 전 특허 출원을 마치는 것은 기초 중의 기초이다.

 


자기공지 했다고 출원 원천봉쇄 아니지만...


발명자가 자신의 발명을 공개했다고 하더라도 특허 출원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이미 수 없이 많이 존재하는 선행문헌들로부터 신규성과 진보성을 인정받기 위해 싸우고 이겨내야만 특허 등록을 받을 수 있는 입장에 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공지 역시 하나의 선행문헌으로 본다면, 이로부터 신규성과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개량발명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권리화 가능하다.

이와 달리 스스로 공개한 발명과 동일한 범위에서 권리화가 필요한 경우가 문제되는데, 원칙적으로는 신규성 흠결로 등록받을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자신이 공개한 행위로 인해 특허 등록받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발명을 보호한다는 특허법 목적에도 부합되지 않으므로, 우리 특허법은 예외적으로 구제수단을 두어 발명자와 출원인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바로 공지예외주장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속적인 법 개정을 통해 (i) 공지예외 주장이 가능한 사유를 확대하고, (ii) 종래 6 개월에 불과하던 공지예외주장 기간을 12 개월로 확장하였으며, (iii) 절차적으로 출원시에만 공지예외주장이 가능했던 것을 소정의 절차적 요건 하에 추후 보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출원인과 발명자의 권리 보호를 계속적으로 강화하는 추세이다.

결론적으로, 자기 공지가 있더라도 최초 공개일로부터 1 년 이내에 출원하기만 한다면, 한국에서는 공지예외주장 제도를 이용하여 특허등록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출원 전 공개는 일단 피하고 봐야

공지예외주장 기간을 의미하는 "Grace period"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지예외 주장 제도는 원칙적으로 특허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출원인과 발명자를 보호해주기 위한 예외적인 제도이다. 따라서 제도의 존재를 맹신하여 출원 전 발명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행위는 늘 경계해야만 한다. 공지예외 주장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원 전 공개 행위가 위험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출원의 데드라인이 정해진다.

발명이 공개되면, 출원인은 공지예외주장 가능 기간의 제한을 받아 반드시 그 기간 내에 출원을 마쳐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특히, 국가별로 Grace period를 인정해주는 기간에 차이가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출원을 마쳐야 하는 기간이 더욱 제한될 수 있다. 통상 6개월 내지 12개월을 인정해주고 있는데, 예컨대 유럽, 중국, 러시아 등 Grace period를 6개월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 출원 예정인 경우에는 최초 공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반드시 그 국가에서 출원을 마쳐야만 한다.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한 데드라인이 연장되는 경우는 없다.

출원 가능한 국가가 제한된다.

공지예외주장 제도는 기간 뿐만 아니라 충족 요건에 있어서도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몽골, 사이프러스, 시리아와 같이 규정 자체가 없는 국가도 있으며, 규정은 존재하지만 요건 자체가 까다로워서 출원 전 공개했다면 제3자가 무단으로 공개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공지예외주장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국가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국제 박람회에 전시하거나 중국정부에서 조직한 학술회에서 발명을 공개한 경우에 한해 인정되고, 유럽(EPO)은 공식적으로 인정된 국제 전시회 (international exhibition)에서 공개한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 즉, 출원 전 논문으로 발명의 내용을 발표해 버렸다면, 중국과 유럽 출원은 물 건너 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결론적으로, 출원인은 출원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발명의 공개를 절대적으로 경계해야 하며, 발명자(대학교 교수님 등)와 관계자들(회사 임원 등)에 의해 출원 전 발명이 공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발명자들도 앞서 언급한 공개 행위의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섣불리 발명을 공개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만약 공개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공개 전 출원을 반드시 마쳐 놓는 것이 바람직하고, 출원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면 우리나라에서 올해 3월 30일부터 시행된 '임시 명세서 제출제도'를 활용하거나 미국의 가출원(provisional application) 제도를 이용하여 공개 전 출원일을 먼저 확보해 놓은 뒤 공개를 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출처 : 히트뉴스(http://www.h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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